흙과 돌을 모으다
한강변 점토, 북한산 붉은 사암, 성수동 벽돌 부스러기를 주머니에 담아 온다.

화가는 물감을 사지 않았습니다. 대신 서울의 흙, 돌, 숯을 모으고, 물로 씻고, 입자를 가른 뒤 안료로 만들었습니다. SOL은 그 과정이 캔버스 위에 그대로 남은 그림입니다.
2024년 봄, 화가는 강남역 뒤편 공사장 가장자리에서 붉은 흙 한 줌을 주웠습니다. 그 흙은 도시가 매일 밀어내는 잔해였지만, 손바닥 위에서는 분명히 색이었습니다. 그날부터 Cascade Method라는 이름 아래, 한 점의 그림을 위해 서울의 흙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.
완성된 물감을 튜브에서 짜내는 대신, 화가는 매주 한 번씩 도시를 걸었습니다. 한강변의 점토, 북한산 기슭의 붉은 사암, 성수동의 벽돌 부스러기, 제주에서 가져온 현무암 가루까지. 모은 흙은 작업실의 큰 세숫대에 담아 하루 이틀 가라앉히고, 떠오르는 찌꺼기를 걷어낸 뒤 맑은 물만 따라 받아 다시 가라앉혔습니다.
“물이 흙을 가를 때, 가장 고운 입자가 마지막까지 내려앉는다. 그 입자가 곧 색이다.”
이렇게 정제한 흙은 아라비아 검과 아마유를 섞어 안료가 되고, 유리판 위에서 갈아 캔버스로 옮겨갑니다. SOL은 그렇게 11개월에 걸쳐, 한 층 한 층 자연의 색으로 쌓인 그림입니다.
흙을 모으는 날부터 마지막 유광을 바르는 날까지, SOL은 여덟 번의 손길을 거칩니다. 각 단계는 다음 단계의 색이 되기 위해 기다립니다.
한강변 점토, 북한산 붉은 사암, 성수동 벽돌 부스러기를 주머니에 담아 온다.

큰 세숫대에 흙을 풀어 하루 이틀 가라앉히고, 떠오르는 찌꺼기를 걷어낸다.

맑은 물만 따라 받아 다시 가라앉혀 가장 고운 입자만 바닥에 남긴다.

정제한 흙을 얕은 쟁반에 펴 3~5일 햇볕에 말려 수분을 뺀다.

막자와 유리판으로 입자를 갈아 손끝에 닿지 않을 만큼 곱게 만든다.

아마유와 섞은 안료를 작은 판에 올려 채색 시험지를 남긴다.

견본을 거친 색을 캔버스로 옮겨, 한 층 한 층 자연의 빛을 쌓는다.

얇은 아마유를 덮어 색을 가두고, 깊은 광택으로 그림을 마무리한다.

같은 흙이라도 정제 전과 후는 다른 색을 가집니다. 왼쪽은 길거리에서 주운 그대로의 흙, 오른쪽은 두 번 가라앉혀 가장 고운 입자만 남긴 뒤 말린 안료입니다.
정제 전 · 거친 흙
정제 후 · 고운 안료
SOL에 쓰인 흙은 서울 곳곳에서 모았습니다. 붉은 표식을 누르면 그 자리의 이야기가 열립니다.
4층 작은 방에서 흙을 모으고, 갈고, 캔버스에 올렸습니다. 한강변 점토와 북한산 사암이 가장 가까운 채집지입니다.
Cascade Method는 SOL의 방식 그대로, 흙을 모으고 정제해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의뢰를 받습니다.


